비가 오는 날, 광주에서 서울로 운전을 해 오는 길이었습니다. 유난히 피곤해 자꾸 눈이 감기려고 합니다. 겨우겨우 휴게소에 이르러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채 2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눈도 몸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출발해 서울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사람에겐 일이 필요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휴식도 필요합니다. 기계도 쉬지 않고 쓰기만 하면 쉬 마모가 되어 고장이 나게 됩니다. 기계를 오랫동안 잘 쓰는 비결은 적당히 사용한 후 적당히 쉬게 하고 때 맞춰 기름도 쳐줘야 할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내가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몰려드는 졸음을 그냥 이겨내려고만 했다면, 아마도 운전은 더욱 힘들어지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취한 20분간이라는 짧은 시간의 쉼은 안전운전을 만들어 주었던 것입니다.
음악에선 쉼표가 아주 중요합니다. 사람의 호흡 길이에 맞춰 쉼표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곡의 맛과 멋이 나타납니다. 연주자나 노래하는 사람은 악보의 쉬라는 곳에서 쉬어야 합니다.
만일 쉬질 않고 지나치면 다름 사람과의 화음도 깨트리게 될 뿐 아니라, 이내 참지 못해 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쉬게 되고 그것은 음악의 흐름까지 끊게 되어 전체의 조화마저 깨뜨리게 됩니다. ‘에리히 프롬’은 ‘쉬는 방법에 따라 인간은 변한다’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쉼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요, 생산인 것입니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도 필요한 만큼 쉰다는 것이 경기의 승패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경기 후 충분히 쉬어서 피로가 풀린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선수들을 보면서 휴식 없는 삶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중에 갖는 적당한 쉼이야말로 축복이요, 행복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 인생의 악보에는 쉼표가 없어서 연주자인 내가 직접 필요한 쉼표를 찍어가며 연주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쉼표 없는 악보는 좋은 음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쉼표 없는 인생 또한 참 인생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쉬어야 할 곳에 제대로 쉼표를 찍고 있으며, 또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최원현/ 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http://essaykore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