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샘 2004. 6. 11. 17:41

[향기의 샘]

선생님


Update : 2002-05-17

5월엔 스승의 날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스승’이란 호칭보다 ‘선생님’이란 호칭이 더욱 정감스럽습니다. ‘선생님!’하고 불러보면 존경과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우러납니다. 절대적 신뢰와 가르침의 아름다운 순종, 그리고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부모의 자식 사랑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낳은 부모보다 인간됨으로 키워가는 선생님의 힘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직은 성직입니다. 선생님이야말로 개개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부모들 또한 지식을 사고 파는 거래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찌하여 스승의 절대적 위엄마저 이렇게까지 잃어버리게 되었을까요.

이병헌, 전도연, 이미연이 출연한 ‘내 마음의 풍금’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1999년 작품으로 시골 초등학교에 부임한 초임교사와 늦깎이 여학생과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선생님이라면 그저 어렵기만 하던 때에도 철이 들어버린 늦깎이 여제자의 눈에 젊은 선생님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대상이었을까요.

그러나 선생님이라 하면 그런 이성적 존재로나 여고시절의 첫사랑쯤으로보다는 가슴 가득 존경과 믿음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은 선생님의 자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승의 날이 지켜진 건 1964년부터였습니다.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는 뜻으로 제정되었습니다. 불우한 퇴직교사 또는 질병에 걸린 교사를 위로하자는 차원에서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던 것입니다.

처음 스승의 날이 제정되던 해에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그 날,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며칠 전부터 연습한 스승의 날 노래를 선생님을 향해 부르는데 이유도 모르게 마구 눈물이 났던 것이 생각납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의 은혜는 어버이시라.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이 나라가 이만큼 된 것도 모두 그런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꾸만 아쉬워지는 것은 요즘 들어 우러러뵈는 선생님이 잘 보이지 않고, 또 그런 선생님을 바라는 제자도 보이지 않음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있을 때 그의 삶과 인격을 닮으려는 제자가 있고, 그래야 존경과 희생과 사랑이 있는 사회가 될텐데 점점 가슴만 답답해집니다. 그나마 내게는 아직 ‘선생님’을 부르면 환한 얼굴 가득 손을 내미시는 선생님이 생각나는 것이 너무나도 큰 축복입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최원현/ 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