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서울대공원엘 갔다. 제일 먼저 나를 맞아주는 건 입구의 해바라기꽃들이었다. 꽤 너른 땅에 심겨져 피어있는 해바라기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조금은 힘들다는 듯 고개를 반쯤 숙이고 서 있었다.
해바라기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2미터 정도의 키에 잎은 어긋나고 넓은 달걀 모양인데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보통 8~9월에 노란색의 큰 두상화(頭狀花)가 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를 맺는다. 가을이면 까맣게 씨가 영그는데 이 씨로 기름을 짜서 등유로 쓰거나 음식을 할 때 넣기도 하고 줄기는 이뇨, 진해, 지혈 등에 약재로 쓴다. 관상용으로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이지만 세계 각지에 분포한다 하며 우리나라에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해바리기란 말엔 다른 뜻이 있다.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을 해바라기 한다고 한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하여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도 추운 날엔 햇볕을 따라 해바라기를 한다. 뿐인가 뭔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그 좋은 일을 줄만한 사람에게 줄을 서 그의 처신을 바라보는 것도 해바라기라고 한다.
문득 저들은 인간을 어떻게 볼까 궁금해 진다. 가을 날 같이 파랗게 맑은 날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해바라기에게서 알아들을 수 없는 무수한 말들을 듣는다. 저들의 언어를 인간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저희들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을 것만 같다.
단순한 나만의 자격지심일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해바라기를 쳐다보는 내 눈이 그의 중심을 자꾸만 벗어난다. 눈을 맞추지 못하는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왜 자꾸만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 걸까. 저토록 아름다운 해바라기를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