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게 길을 묻다 에세이-원로작가를 찾아서
최원현 저 / 수필과비평사 刊
만남만큼 아름답고 소중한 일도 없으리라. 한 번의 만남, 한 순간의 만남미 인생을 크게 바꿔놓기도 한다. 봄이 여름을, 여름이 가을을,그리고 가을이 겨울을,겨울이 봄을 만나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결실하고 스러짐을 반복한다. 그게 역사고 삶이다.
사람이라고 예외랴. 사람에게도 사 계절이 있다. 희로애락이 있고 나누고 베푸는 정겨움도 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이런 삶의 이야기들이 아닌가. 그런데 누구나의 삶이 다 그런 건 아니다. 특별한 삶들이 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삶이다.
3년간에 걸쳐 원로작가들을 찾아뵈었다. 그분들의 삶과 문학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우러지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터였다. 무엇보다 그 분들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어떤 계기로 그 씨가 발아했는지도 궁금했다.
그 분들을 뵙고 그 분들이 생각하는 문학과 삶 그리고 문학과는 어떻게 만났으며 어떤 글이 좋은 글이며 어떻게 쓰고 평가하는지를 듣고자 함이었다.
문인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펄요한 빛이 되어 변화와 선도의 적절한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뿐 아니라 새로운 것들에의 무한한 시도로 작가는 독자를 더 새로운 곳으로 초대하고 안내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그것은 때로 '창조적인 광기狂氣로 시대를 앞서 가서 이해 못할 짓이 되기도 한다.
이 시대의 원로작가 스물두 분의 선생님들을 만나 뵈면서 가능한 그 분들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보려 애를 썼다. 이는 문학을 하는 사람에겐 어떻게 문학의 길을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나침반이 될 것이며, 문학을 하고자 하거나 좋아하는 이들에겐 어떤 마음가짐으로 문학에 임할 것이며 또 작가를 이해하는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 속에는 작품론, 창작론, 비평론까지 폭넓은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고, 작가는 어떤 작품을 아끼고 사랑하는지도 알게 하는 길잡이가 들어있다. 두 권으로 나눠 보다 시원스럽게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이 어려운 때에 이만한 작업을 선뜻 맡아주신 수필과비평사의 서정환 사장님과 만지고 다듬어 만들어낸 유인실 실장님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세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개인적인 일로부터 문학 전반에 이르도록 귀한 발씀을 해 주신 원로작가 선생님들께 큰 절로 감사를 올린다. 심히 죄송스러운 것은 1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에야 한 권의 책으로 독자에게 보이게 된 것이요, 그사이 조경희, 공덕룡, 정봉구, 박연구 등 네 분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후라는 점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 그러나 그 분들은 가셨어도 이렇게 다감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심이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
스물두 분 속엔 평생을 수필문학에만 몸을 바치신 분들이 많고, 소설가, 시인, 철학자도 포함되어 문학 전반에 걸친 문학의 진실성 내지 문학이 갖는 의미 및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그분들은 삶과 문학을 통해 우리와 나누고 싶어 하신다. 따라서 시간이 상당히 경과 했음에도 부러 그 시점을 수정하지 않음도 그 때의 상황을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의도임을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해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우리의 삶이 보다 아름답고 향기나는 삶이 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 최원현, 책머리글 <아름다운 삶 그리고 운학> 중에서
- 차 례 -
조경희 | 한국의 현대 문학, 예술 분야에서 가장 넓은 영역을 확보한 정치인 수필가
서정범 | 수필가이며 언어학자인 영원한 청년
김시헌 | 인격과 학문과 경륜의 수필가 녹차향 넘치는, 멋을 아는 선비
윤모촌 | 정통수필의 대가, 수필문학의 자존심. 꼿꼿한 선비정신이 녹아 있는 대자연인
공덕룡 | 영미문학의 대가, 현대 해학문학의 명장
정봉구 | 첫맛과 끝맛을 함께 지닌 수필가
김형석 | 진리의 별을 찾는 젊은 삶의 철학자 수필가
이응백 | 가족·고향·나라·사람을 사랑하는 국어학자 수필가
김용구 | 내일을 지향하는 희망의 철학으로 쉼을 멈추지 않는 을곧은 언론인 수필가
김우종 | 천성적 향수와 그림움과 고독의 수필가
윤재천 | 사랑의 눈으로 인생을 투시하는 희망렌즈의 수필가
정진권 | 인간적 향내 가득, 진실의 수필을 빚어내는 따스한 인간애의 수필도공
윤형두 | 고백의 정직성을 신앙처럼 작품 속에 담은 정의와 진실의 수필가
유병근 | 녹차 향 같은 수필의 향기로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는 수필가
원종린 | 기지와 익살과 풍자로 수필의 멋을 풍미하는 수필가
이상보 | 새 길을 떠나는 아침처럼 사시는 인정과 지성의 수필가
허세욱 | 원점을 향한 향수의 수필가
정연희 | 인간존재의 근원을 투시해 내는 삶의 작가
김규동 | 어머니와 통일을 육필의 시로 나무에 새기는 문곡 시인
안병욱 | 영혼의 향기를 리듬으로 여는 운명과 자유의 교향악 연주자
정을병 | 끊임없는 새로운 시작으로 시대를 사는 작가
박연구 | 수필에 살다 간 수필교의 순교자
[2008.7.10 초판발행. 324페이지. 정가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