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향기 최원현 수필선집 / 교음사 刊
한국 현대수필의 시발은 다른 장르의 문학과 다름없이 1900년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문학사를 대개 갑오경장(1894)을 중심으로 하여 그 이전을 고대와 근대, 그 이후를 현대로 분류하고 보면 현대수필 역시 거의 1세기의 긴 여로를 달려왔다.
초창기부터 수필은 다른 장르에 밀려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였으나 구름이 태양을 가리워도 여전히 태양은 제 빛을 발하듯 수필의 문학적 진미와 진가는 버릴 수 없는 유산이 되어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더러는 지성인의 벗으로 서민들의 애환으로, 규중심처의 꽃으로 우리의 서정과 심금을 달래주었다. 그리하여 서점가엔 꾸준한 베스트설러로 순위를 다투었고 가정마다에는 전집으로 문고로 귀중한 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런가 하면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미래문학으로서 크게 각광을 받게 되었다. 아울러 많은 수필작가와 작품이 배출되어 가히 수필 중흥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런데 그런 발전과 호황에 따라 질높은 작품을 정선하여 과연 이것이 우리 수필의 진면모라고 제시할 만한 전집이나 문고본 하나 없었다는 것은 수필문학의 발전이나 독자를 위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 70년대엔 많은 수필전집이 나와 월부로 세일을 했고 주요 관공서나 공공기관에는 문고로 귀중한 공간을 크게 차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경제불황과 영상매체의 발달로 도서로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출판이 저조하여 그런 전집이나 문고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때 전통있는 출판사에서 에세이 문고를 내어 수필문학 창달에 크게 기여한 바 있으나 요즘은 그런 기획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실정을 감안하여 본사에서는 우선 현역 작가들 중 역량있는 작가 100명을 선정, 30여 편씩 작품을 정신하여 문고본으로 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것을 한국수필이라는 대표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이 땅의 수필애호가들에게 염가로 제공키로 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칸에서 또는 직장에서 수시로 간편하게 읽으며 수필문학의 잔잔한 감동에 젖어 복잡다단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앞으로 해외 번역본까지 계획하고 있다.
― 한국현대수필작가 대표작선집 문고본 간행 편집위원회, <문고본을 발행하며>
우리 수필계의 중견작가 최원현의 수필선집『숨어 있는 향기』가 출간되기에 앞서 그 수록 작품들을 편람하게 되었다.
수필가 최원현은 1987년《한국수필》로 등단 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누구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벌여 무게 있는 문제작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이번에 상재되는 수필선『숨어 있는 향기』는 그동안 출산한 작품 중에서 27편을 추려 내어 한 권의 수필집을 엮게 되었다.
최원현은 수필집『아침 무지개가 말을 할 때』(1995)를 비롯,『날마다 좋은 날』(1995),『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2002) 등 세 권의 수필집을 출간한 바 있으며, 산문집『살아있음은 눈부신 아름다움입니다』(2001)와 시집『이름다울 수』(1990)를 내놓아 다양한 창작의 기량을 보이면서 작가적 문학세계를 넓혀 왔다고 할 것이다.
최원현의 수필세계에 대한 담론은 여러모로 평설되어 왔지만 그중에서 정주환(수필가, 평론가)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그의 수필은 마치 고향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처럼 유정하고 들녘에 피어 있는 낯익은 풀꽃같이 정겹기만 하다' 는 말이 이번 수필선집을 접하는 공감대라고 할 것이다.
― 윤병로((문학평론가, 성균관대 명예교수), 해설 <일상에서 체득한 세련된 미적 문장> 중에서
- 차 례 -
발뒤꿈치
책방 나들이
엿 이야기
나잇값
그리움 열기
추억 담아내기
어머니의 눈
목련잎이 피던 날
숨어있는 향기
왼손의 악수
모과
나들이
그리움의 본향
살아있어야 아름답다
蘭 앞에서
아들의 그림자
겨울 편지
어떤 선물
겨울 사모곡
아름다운 풍경 같은 사람
겨울 향기
지나쳐 가기
섬이 되어
자화상
살아 있는 냄새
그리움의 소리
하얀 고무신
해설 | 최원현의 수필세계_윤병로
年譜
[2003.9.5 초판발행. 157페이지. 정가 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