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현대수필] 창간호 (1992년 봄호)
한 시대가 지닌 방향은 면면히 흐르는 맥(脈)이 존재하고, 그 맥에 의해 참다운 가치는 보다 싱그러운 빛깔과 향기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수필》은 그 도도한 흐름의 한 틀을 형성하고자 길을 여는 것이며, 많은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수필문학의 새로운 지평(地平)을 형성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그 터전을 마련한다.
우리는 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성향에도 담을 쌓지 않으며 이름뿐인 허상으로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진정한 가치를 지닌 문학은 인간의 내면에 깊이 뿌리 내리고 그 안에서 참다운 의미를 지닐 수 있을 때 구현이 가능하다고 본다.
문자로 표현된 모든 것은 주체와 객체를 연결하는 선명한 선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 선이 혼미한 상태에서는 목표의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음을 알기에 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문학적 심미안(審美眼)으로 여과의 과정을 거친 작품만을 게재하려 노력할 것이며, 그것은 수필에 대한 애정의 발로이기도 하다.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다. 그러나 쓰여진 모든 것이 다 수필이라고 할 수 없어 그에 대한 선별과 객관적 평가를 《현대수필》이 담당하고자 한다. 우리의 안목이 그 모든 것을 담당할 수는 없기에 끝없는 모색과 탐구, 참신한 신진작가의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서야 할 위치와 지향성을 멈추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쭐대거나 남을 매도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
우리의 시작을 이제까지 존재했던 많은 것들과 악연의 잔줄기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희구하는 커다란 줄기로 남을 수 있도록 애정과 격려를 바란다.
《현대수필》은 기존에 대하여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며, 수필의 발전을 위해서 언제나 모색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수필이 궁극적으로 실현해야할 바가 무엇이며,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늘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수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우리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길을 열어가는 안내자며 동반자가 되어줄 것을 굳게 믿는다.
끝으로 《현대수필》이 잠시의 열망으로 불타 오르다 쉽게 식어버리는 부질없은 존재로 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창간 인사를 대신 하고자 한다.
- 윤재천, 권두언 <도도히 흐르는 진실의 脈> 중에서
이 땅에 올곧은 수필문학의 뿌리내림을 위해 《현대수필》을 낸다. 기존의 양식을 인정하며 새로움을 모색하는 과정은 정체와 아류(亞流)를 조성할 것이다. 《현대수필》은 시대를 호흡하며 수필계의 물고를 터서 자유로운 흐름의 산파역을 맡고자 한다.
- <편집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