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피서의 철이다. 피서란 시원한 곳으로 옮겨 더위를 피하는 것인데, 요즘은 피한다기 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겨내며 즐기려는 쪽인 것 같다. 더위도 즐기고 추위도 즐기려는 사람들이기에 피서도 그늘이 있는 산이나 계곡보다 해변 등 햇빛이 넘치는 곳을 찾아가 즐기려 드니 그 또한 이열치열이 아닐까 싶다. 우리 선조들은 한여름 삼복(三伏)을 맞으면 강이나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천렵(川獵)을 즐기거나 탁족(濯足)이라 해서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피서를 했다. 거기다 여름은 땀을 많이 흘려 몸이 약해지기 쉬우므로 여름 별식으로 몸을 보충했는데, 『동국세시기』를 보면 탁족을 하면서 개장국에 국수 닭고기 돼지고기 호박 청채 등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피서의 방법도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곤 했다. 연산군은 뱀을 넣은 대나무 뱀틀을 만들어 그 위에 앉아 대나무의 한기와 뱀의 냉기를 함께 즐겼다고 하며, 쇠구슬을 입에 넣고 그 냉기로 더위를 식혔다고도 전해온다. 그런가 하면 뜨거운 모래로 찜질을 하는 이열치열 모래 찜질도 있고, 모시나 삼베옷·대나무로 만든 죽부인·참숯 베게 등의 피서용품을 쓰기도 했다. 오늘날이야 에어컨에 냉장고에 마음만 먹으면 더위를 모르고 살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더위 속에서 여름나기를 해야 한 해를 제대로 사는 것 같지 않던가. 그래서 통과의례나 중독처럼 고생인 줄 알면서도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면서까지 너나없이 떠나게 되는 것이 피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옛 선인들의 피서법이 한결 운치 있게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복더위로 찌든 날씨에/ 맑은 계곡을 찾아가서/ 옷 벗어 나무에 걸고/ 노래를 부르며/ 옥같이 맑은 물에/ 세상의 먼지와 때를 씻음이 어떠리 조선 영조 때 해동가요를 썼던 김수장의 이 시조처럼 자연의 순리를 따라 벗하는 시원한 계곡에서 나무 그늘과 맑고 차가운 물에 새소리를 듣는 피서야말로 피서다운 피서요 운치 있는 피서법일 것만 같다.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