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샘 2004. 8. 5. 09:41
[향기의 샘] 사랑 리모델링
Update : 2004-07-20

부부로 30년이나 잘 살아왔지만 문득 남은 삶을 위해선 오래된 건물 건사하듯 무언가 보수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면서 재건축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들고 속을 태우고 있는데, 이웃 아파트들의 재건축으로 소음·일조권 등 침해도 문제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의 재건축도 안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거기다 모두 헐고 재건축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정부의 각종 규제로 실익이 줄어든다는 계산에 리모델링도 검토해 봐야 할 형편입니다.

 

건물도 20년이 넘으면 안전 진단을 받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해야 하듯 파란 많은 삶을 겪고 예측 못할 더 많은 변화들을 감당해야 할 삶에도 분명 점검과 수정과 보완이 필요할 거란 생각입니다.

 

부부 관계는 ‘칼로 물 베기’란 말이 있듯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라 했지만 이혼율이 놀랄 만큼 급증하고 있고,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노부부들까지도 황혼 이혼을 하는 판이니 분명히 문제는 있는 것입니다.

 

삶의 기본은 부부 관계일 것입니다. 부부 사랑이 돈독하면 가족 간의 사랑과 화목이 단단하고 나아가 그들이 사는 사회도 그런 분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 관계가 소원하면 다른 모든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재건축으로 골머리를 앓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부부 관계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 보람된 삶, 모든 삶의 성공은 부부 사랑이 어떤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 됐을수록 처음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이벤트도 갖고 변화에도 슬기롭게 대처하며 발전적으로 새로워져 갈 수 있도록 사랑도 리모델링이 필요할 것입니다.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도하고 만들어가는 힘 또한 사랑일 것 같습니다. 사랑도 중간 점검과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