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샘 2004. 8. 5. 09:45
[향기의 샘] 눈부처
Update : 2004-06-08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말(단어) 중에 ‘눈부처’가 있습니다. 불교의 석가모니 부처가 아니라 ‘눈동자에 비쳐 나타난 사람의 형상’ 곧 동인(瞳人). 동자부처라고도 하는 ‘눈동자에 비친 사람 모습’을 말하는 것인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고백에도 자주 이용되는 매우 아름다운 말입니다.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 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눈부처)

정호승 시인의 ‘눈부처’란 시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은 또 얼마나 황홀할 만큼 아름답겠습니까. 사람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치려면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며, 또 그 작은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보려면 또 얼마나 가까이 있어야 할까요? 그렇기에 눈동자 속에 비친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며, 그걸 보는 순간 더더욱 사랑도 깊어질 것입니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 한 둘씩은 다 있을 것입니다. 연인 관계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내 목숨처럼 소중하게 지키고 사랑하고픈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나는 평생 동안 당신의 눈부처가 되겠습니다.”하고 오늘은 그렇게 사랑의 고백을 해 보면 어떨까요?

손에 묻어날 듯 푸르름이 넘치는 6월의 아침,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고백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싶습니다. 분명 그 하루는 좋은 일이 막 쏟아지는 날, 행복이 철철 넘치는 날이 될 것입니다. 또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큰 행복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거기다 그 눈동자 속에서 웃고 있는 나를 한 번 보세요. 사랑은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되리.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