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현]
수필가 5천명의 시대인 요즘은 가히 수필문학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그게 40년만에 이뤄진 성과다. 그러니까 최초의 공식적인 수필문학 단체인 한국수필
가협회가 창립된 게 1971년 2월이다. 1971년 2월 12일 한국수필가협회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목적은 순수한 친목을 표방했지만 한국 문단 내지 한국 수필문단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대단하다.
한국수필가협회 규약을 보면 제3조에 ‘본 회는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수필문학 향상 발전에 기여하며 작가의 권익을 옹호한다.’고 되어있다. 곧 세 가지의 목적을 말하고 있으니 첫째는 회원 상호간의 친목이요, 둘째는 수필문학의 향상 발전이며, 셋째는 그 수필작가의 권익 옹호라는 것이다. 그래서 회원의 가입도 ‘수필문학가로서 회원 2인 이상의 추천을 얻어 이사회의 승인을 얻은 자’(제4조)의 절차를 거치게 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4조의 회원자격이 ‘수필문학가’라는 점이다. 문학으로서의 수필을 쓰는 수필작가를 지칭함이다.
초대 會長은 당시 한국일보 부녀부장이던 趙敬姬였다. 임원으로는 대한공론사 사장이던 吳宗植씨를 명예회장으로 하여, 자문위원으로 권순영 金南中 金鳳基 金晟鎭 김진흥 金玄玉 金淳子 金亨錫 박두병 李熙昇 崔斗高 朱永夏 崔臣海 崔鎭順 趙舜泳 피천득 등의 인사가 참여했고, 부회장엔 李一東(朝鮮日報論說委員)과 林憲道(公州師大) 교수가 맡았으며, 理事로는 김준(시조시인) 金海星(詩人) 羅碩昊(변호사) 朴鍾采(全南每日 編輯副局長) 朴薰相(수필가) 徐廷範(慶熙大 국어학교수) 尹在天(詳明女師大교수) 李揆東(청량리뇌병원 精神科醫師) 李丙幬(東國大學校國文科교수) 田淑禧(수필가) 秦仁淑(建國大 英文學교수)이었는데 서정범 교수가 常任理事를 맡았다.
또한 監事로는 金春湖(記者) 吳日煥(慶熙高校교감) 이원복(수필가)이었고, 審議委員으로 趙敬姬(委員長) 徐廷範 李一東 李相寶(明知大교수)를 두었다. 그렇게 조직이 갖춰지자 조경희 회장은 발표지면을 확보해야 한다며 동분서주한 보람으로《隨筆文藝》제1집이 초산의 고통을 딛고 고고의 첫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나왔다. 發行人 趙敬姬, 編輯人 李一東, 主幹 徐廷範으로 금강출판사(종로구 인사동 156)에서 발행하고 양우당을 총판으로 한 160면으로 책값은 2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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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隨筆文藝》의 제자(題字)는 김충현이 썼으며, 조경희 회장의 創刊辭와 吳宗植(昔泉.대한공론사사장) 辛夕汀(詩人) 李周洪(小說家) 원응서(英文學者) 金鵬九(서울대교수.불문학) 洪永義(時調詩人) 金南中(全南日報社社長.수필가) 李一東(수필가.조선일보논설위원) 南廣祐(中央大學校敎授.文博) 秦仁淑(建大敎授. 英文學) 林憲道(公州師大敎授.國文學) 설창수(詩人) 趙愛永(女流時調詩人) 安秉煜(숭전대교수) 李元卨(慶熙大政經大學長.史博) 趙敬姬(수필가.한국일보 부녀부장) 羅碩昊(변호사) 李昌培(東大교수.英文學) 張壽哲(詩人) 金永三(詩人.忠北大교수) 金思達(수필가.의학박사) 鄭奉來(文學評論家) 文如松(영화감독) 朴龍珠(慶熙大敎授.英文學) 丘仁煥(小說家) 李五德(문경 김용국교.수필가) 吳日煥(경희고교 교감.수필가) 李揆東(수필가.청량리뇌병원의사) 金春湖(記者) 李基班(詩人) 鄭鳳九(상명여사대교수.불문학) 仁權煥(고려대학교수.현대문학) 朴承薰(建國大교수.美國文學) 朴鍾采(수필가.全南每日부국장) 李銓(수필가) 許世旭(中國文學.外大교수) 金時憲(대구제일여자중학교교사.수필가) 金鹿村(아동문학가) 朴演求(수필가) 이원복(수필가.청량공고교사) 金泰坤(圓光大學교수.國文學) 尹在天(상명여사대교수.국문학) 서정범(慶熙大교수.국어학) 金海星(詩人) 등의 수필 44편을 실었다.
(필자 주) : 본문 중의 한자 및 직함은《隨筆文藝》창간호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살리기 위한 것이며, 아래 창간사의 한자도 원문의 내용을 살리기 위함임을 양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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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희 회장이 창간사에서도 밝혔듯이 수필은 ‘생각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생각하는 사색과 생활을 隨筆이란 형태로 表現’함에 있어《隨筆文藝》는 그 터전과 무대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수필가라고 특별히 매김하여 수필을 쓰게 하기 보다는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참여자들에 의해 수필이 써졌다. 그러면서도 ‘향기 높은「유머」,보석과 같이 빛나는「위트」와 대리석 같이 찬 이성과 아름다운 논리와 문명과 인생에 대한 찌르는 듯한 풍자와「아이로니」를 곁들인’ 문학적으로 승화된 수필을 바랐다.
창간호의 필자 및 작품들을 봐도 그 면면이 나타난다. 앞에서 열거한 필자들을 분류해 보면 오종식, 김남중, 이일동, 조경희, 김춘호, 박종채 등 언론인에 영화감독(문여송), 의사(김사달. 이규동), 변호사(나석호), 소설가(이주홍.구인환), 시인(신석정. 홍영의. 설창수. 조애영. 장수철. 이기반. 김해성), 아동문학가(김녹촌. 이오덕), 수필가(박연구. 이원복) 등에 대학교수 다수가 참여 하였다.
그래서인지 수필의 제목들만 봐도 아주 다양하다. <꽃 이야기>(신석정) <봄비>(김남중) <아침 길>(조경희) <사과>(박용주) <이른 개나리>(구인환) <낙엽>(김시헌) <나무의 자세>(김녹촌) 등 자연 서정적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술>(원응서) <냉면>(오일환) <김치)(서정범) 등 기호식품에 대한 것도 있다. 또한 <누워서 보는 세계>(나석호) <사람한테 물린 개>(이오덕) 등 코믹하면서도 생각을 주는 것도 있으며, <조국>(안병욱) <운명의식>(이원설) <어느 국외자의 선언>(문여송) 같은 크고 무거운 제목들도 있다. 그만큼 다양한 필진 만큼 다양한 글감들에 의한 수필들이 창간호에 실렸다는 얘기다.
창간을 축하하는 축하 광고를 참고해 보면 창간 당시의 문인단체장도 알아볼 수 있는데 한국문인협회 회장은 김동리 선생, 한국시인협회 회장은 박목월 선생,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은 서정주 선생, 한국평론가협회 회장은 조연현 선생,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은 이원수 선생,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장은 백철 선생으로 명실상부 한국 문단의 어른들이 한국 문단을 거느리고 있던 때였다.
주간 서정범 교수의 편집후기에 ‘원고청탁서를 보낸 지 사흘 만에 전화통이 몸살이 날 정도가 되었’고, ‘의외로 원고가 많이 들어와 창간호에는 선착순대로 싣고 나머지 40여편은 다음호로 미루게 된 것을 유감으로 여기는 바입니다’ 한 것을 보면《隨筆文藝》창간호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한국수필가협회 창립과 함께 그 기관지라 할 수 있는《隨筆文藝》가 성공적으로 창간 출간됨으로서 한국 수필문학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그 중심적인 위치에서《隨筆文藝》필진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어쩌면 이것이 계기가 되어 1년 후인 다음 해 1972년 3월에《隨筆文學》도 창간된 것이 아닐까. 또 하나 큰 의의는 조경희 회장의 창간사가 당시 수필에 대해 알고 있던 선입견을 깨고 수필에 대한 정의를 정립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조경희 회장님이 가신지도 5년이나 되었다. 창간호의 필진도 살아계신 분이 몇 분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 하지만 그 분들의 헌신과 사랑이 오늘의 한국수필 문단이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할 때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이곳에서라도 전하고 싶다.
《隨筆文藝》創刊辭
조경희
隨筆家族은 늘어만 가고 있다. 家族들은 생각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생각하는 사색과 생활을 隨筆이란 형태로 表現하고 있다. 이 家族들을 위한 터전과 무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시작해 본다. 한 國家와 社會가 작은 커뮤니티의 옳은 운영과 발전을 중하게 여기고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로 삼듯 비록 적은 자리나마 隨筆하는 家族들의 옳은 성장, 발전, 그리고 文學영역에 미치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싶은 마음은 크다.
이 책은 여러 의견에 따라『隨筆文藝』라고 이름 지어졌다.『隨筆文藝』는 隨筆家協會 회원뿐 아니라「招待」의 자리로 마련되어 있다.
原始林에는 햇볕을 못 본 나무도 있을 것이고, 한 아름 이상 가는 아람드리 나무도 있다. 때로는 雜木과 雜草도 있다고 할 것이다.
『隨筆文藝』에 실린 隨筆이 모두 名人이 되지 못할지 모르지만, 隨筆家族은 서로 아끼고 돕고 길을 열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隨筆文藝』는 月刊으로 하지 않고 제1집 2집으로 刊行해 나간다.
우리가 古典에서 새로운 共感의 세계를 느끼고 옛 聖書에서도 변함없는 진리를 깨닫는다. 隨筆이「붓가는대로 쓰는 글」이라는 간단한 정의를 내려, 누구나 달려들기 쉬운 장르처럼 알려고 하는 것은 좋으나 隨筆이「붓가는대로 쓰는 글」이 아닌 것은 영미문학에 있어서 찰즈·램의 엘리아수필, 밀른의 수필들, 기싱이나 어빙의 것들, 카라일의 글들, 그리고 불란서의 몽테뉴의 수상록, 파스칼의 팡세, 中國 林語堂의 中國의 유머, 生活의 發見 등에서 볼 수 있는 것, 모두가 개성적이요, 뚜렷한 테마를 다루고 있다. 비록 짧은 밀른의 迎秋辭만 보아도 분명한 골자를 지닌다.
향기 높은「유머」보석과 같이 빛나는「위트」와 대리석 같이 찬 이성과 아름다운 논리와 문명과 인생에 대한 찌르는 듯한 풍자와「아이로니」를 곁들인 글을 바라는 것이고, 이런 것들은 수필의 문학적 승화를 가져오게 한다.
한국의 隨筆은 어디까지 왔는가. 純文藝誌인『現代文學』『月刊文學』에서는 隨筆의 스페이스를 많이 할애하고 있으며, 詩人, 文學評論家, 小說家 들도 隨筆集 한두권씩은 刊行했다.
讀者가 원하는 것은 詩人이 쓴 隨筆, 小說家가 쓴 隨筆을 詩 小說과 같이 읽고싶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隨筆은 詩 小說과 같이 독자의 市場을 가지고 있다. 隨筆과 독자의 관계를 생각할 때 앞으로 『隨筆文藝』는 形式的으로 출판하는 刊行物이라기 보다 隨筆文學의 요람이요, 특히 韓國 隨筆文學의 새로운 연구와 개척을 위한 旗手이고자 하는 마음 간절하다.
(一九七一. 三. 十五) 韓國隨筆家協會
■ 최원현
수필가. 한국수필창작문예원 대표
[격월간《좋은문학》2011년 3/4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