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지만 가장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지난해 1월인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2003년 한국 사회 국민의식과 가치관에 관한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보았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행복지수를 100점 만점에 66.5점이라 했는데, 말하자면 삶의 행복도를 중간보다 약간 높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97년의 63.2점보다 약간 높아진 수치로서 이런 추세로 5년 뒤쯤엔 77.2점의 행복점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이 되게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건강을 70.2%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 경제적인 풍요로움(11.1%)·부부 간의 사랑(6.5%)·신앙(5.2%)·안정된 직장(2.8%)·자녀의 성공(2.6%) 순으로 들었다.
또한 소득별로는 월 100만 원 미만(52.2점)·200만 원 미만(62.9점)·400만 원 미만(67.3점)·400만 원 이상(70.7점) 등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건강과 물질을 행복의 필수 조건으로 여기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특히 신앙이 행복지수에 겨우 5.2%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물질 만능의 세태를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건강하고 형편이 좋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늘 아프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행복을 느끼려는 마음과 행복하려는 의지가 큰 사람은 행복의 체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야만 풍요로운 것은 아니고 풍족하다고 행복한 것이 아닌 것은 삶이란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평균 행복지수가 높다고 해서 나도 같이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 행복은 곧 내 몫이기 때문일 것이다.
5년 후쯤이면 모두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행복한 것,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오늘 당신의 행복지수는 98점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격려해 주고, ‘그래, 나는 지금 행복해!’하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