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힘든 때는 정신력으로 이겨낸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내 경험은 정신력 자체만으론 아무 것도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던 나는 병원에 입원하면 성경도 읽고 오랜만에 나만의 명상의 시간도 가져보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원을 해 수술을 받고 나니 몸이 먼저 지쳐버렸습니다. 아무리 정신력으로 이겨보려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고 보니 정작 정신은 더 맥을 못추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이 사는 집인 육체가 부실해지면 정신력도 따라 약해진다는 것을 그때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정신력으로 무얼 해내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몸부터 살피게 됩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말이 있듯 육체가 건강한 속에서 정신력도 제 힘을 발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사는 힘이었습니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비스킷 통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비스킷 통에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요?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자꾸 먹어 버리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이걸 겪어 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다.’ 라고.”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자기 인생이란 통에 담겨진 운명의 비스킷들을 살면서 하나씩 꺼내 먹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게 생각만 해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도움이 되긴 할 것입니다. ‘지금 겪는 이 고통도 인생이란 내 비스킷 통에 들어있던 것 중 하나일 테니 지금 이 고통을 겪으면 내 통 속의 고통도 하나가 줄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려 하나봅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더 좋은 일의 시작으로 보고, 나쁜 일이 생기면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곧 사는 힘이겠는데 그것은 몸이 건강할 때 생기는 것이며, 건강한 몸일 때 건강한 정신력과 함께 희망적인 생각도 그리고 삶에의 욕구도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는 힘도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인생이란 내가 가꾸는 ‘나’라는 한 그루 나무일 것 같습니다.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