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수필들/마음의 향기

행복하기

늘샘 2004. 6. 11. 17:32

[향기의 샘]

행복하기


Update : 2002-04-26

‘삶의 목표는 행복에 있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또는 어떤 종교를 믿든 우리 모두는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행복은 각자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믿음이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맨 첫 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 행복을 보다 확실하게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학력을 쌓고, 돈을 모읍니다.

또 그 행복을 보다 오래도록 누리기 위해 건강에도 신경을 씁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얼마나 자기가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으며, 또 얻은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누리게 될까요?

헌데 가만히 보면 이 행복이란 것도 사실은 길들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의 실체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름다운 아침 해를 누가 소유할 수 있으며, 곱게 지는 저녁 노을, 새 봄 파랗게 솟아나는 새싹,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꽃과 흐르는 시내, 초록 향기 넘치는 산과 하늘과 바다를 누가 감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결국 욕심을 부려봐야 기껏 너무나도 하찮고, 작고, 한정된 것일 뿐이고, 그것마저도 다 얻지 못한 채 욕심의 노예만 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길이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특히 처음에 길이 잘못 들면 고칠 수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서 좋게 길이 들어야 한다고 하는가 봅니다. 행복도 길들이기 나름이란 말을 했습니다만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행복은 각자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먼저 창을 열고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는다. 새 신발을 사면 교회나 사찰 가는 길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새 호출기나 전화의 녹음은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새 볼펜의 첫 낙서는 ‘사랑하는’이라는 글 다음에 자기 이름을 써본다. 새 안경을 처음 쓰고는 꽃과 오랫동안 눈맞춤을 한다.’

정채봉의 ‘첫 길들기’ 전문입니다. 우리가 무엇으로 시작하고, 또 무엇으로 첫 길들이기를 했느냐에 따라 삶 전체가 달라질 수 있음입니다. 달라이 라마도 다시 말합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새 신발을 사서, 새 볼펜, 새 안경을 사서 그 첫 사용을 사랑으로 시작할 때 행복할 수 있고, 행복이란 각자의 마음 안에 있음이기에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느끼는 것이요, 그 느낌도 첫 길들이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대로 행복함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내 가슴 안에 행복이 살고 있음을 깨닫는 아름다운 길들이기로 말입니다.


최원현/ 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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