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선사 동산(洞山)에게 한 스님이 찾아와 “추위와 더위가 찾아오면 이를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하니,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했다. 그러자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하니 “추울 땐 그대를 철저히 춥게 하고, 더울 땐 그대를 철저히 덥게 하는 곳이다.”라 했다 한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자 그야말로 불볕 찜통더위다. 이열치열(以熱治熱) 곧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인데 요즘이야말로 이열치열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사람들은 여름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자연에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절이 있듯, 사람에게도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계절이 있고, 하루에도 아침·낮·저녁·밤의 흐름이 있다. 여름이 있기에 겨울이 있고, 추울 때가 있기에 더운 때가 있는 것은 하나의 순환 사이클이며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만약 여름만 계속되거나 겨울만 계속된다면 어떻겠는가. 그러고 보면 우리야말로 천혜의 기후 환경 여건을 가진 축복의 민족이 아닌가 싶다. 혹자는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해야 서민들이 살기에 좋다고 하지만 나는 겨울답게 춥고, 여름답게 더워야 순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서민이란 한철 장사로 1년을 사는 사람들이니 그 여름과 겨울의 몫을 놓치면 결국 1년을 곯고 살아야 할 형편이다. 돈 있는 사람이야 별문제겠지만 서민들에겐 덥고 추운 때야말로 한몫 할 수 있는 생명과 같은 때인 것이다. 덥고 추운 때도 기껏 한 달이지 않던가.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여름에 땀을 흘리지 않으면 병이 된다는 것이다. 땅속 깊은 우물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스한 것처럼 사람 몸도 그렇다고 한다. 여름의 땀은 그 만큼 체내의 불순물을 청소해 내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여름, 땀을 흠뻑 흘려 더위도 이기고 몸의 신진대사도 촉진시켜 보자. 세상 일도 다 그런 것인데 이런 자연 이치를 무시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으니 답답함에 더 더워지는 것 같다.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