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수필들/꿈의 향기

소중한 당신

늘샘 2006. 7. 17. 22:54

 

 

길 위에서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


  시인이며 수필가인 재미 k 작가의 산문집을 받았다. 제목이 <길 위에서>였다. 삶은 여정이고, 인생이란 바로 길 위의 상태가 아니던가. 그는 ‘길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란 말로 우리 삶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는 참으로 작은 사건들을 통해 자신을 향한 귀한 성찰의 기회를 삼고 있었다. 돌멩이 하나, 작은 나사못 하나, 뜰에 열린 사과 한 개에서 자신을 그리고 절대자를 보았다.

  나는 고국을 떠나 사는 분들을 보면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짠해 진다. 성공한 분들을 봐도 그렇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도 그랬다. 나서 자란 고향을 뒤로 하고 떠나 사는 가슴엔 분명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빈 구석이 자리하리라 생각 되어서이다. 

  고국에 나와 돈을 쓰는 일에도 우린 십만 원 정도는 그래도 가볍게 쓰는 편이지만 그들에게 100불은 너무 큰돈일 것 같았다.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그들의 살아온 삶, 노력의 대가로 얻어진 그들 돈 십만 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쉽게 써버릴 수 있는 단위와는 분명히 다른 큰돈이겠기 때문이다.

  산 설고 물 설은 곳에서 고국의 우리보다 몇 배나 마음고생을 했을 테고, 몇 배나 더 힘들게 일을 했을 테고, 또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겠는가. 그렇게 얻어낸 수확일 터였다.

  k작가의 수필들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여러 차례 눈물을 훔쳤다.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들이건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들, 그런 것들에 무관심 해 왔던 나에 대한 반성과 안타까움이 앞섰다.

  길 위에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무엇을 할까, 어떤 것부터 먼저 할까, 무수히 많은 선택 앞에 선다. 그리고 한 번 가버린 길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선택이란 말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떨며 당황해 할 때도 많았으리라.

  길이란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가는 곳이다. 멈춰 있을 수가 없는 곳이다. 오늘 나는 이 길 위에서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일까.

  

                                       [향기의샘] 소중한 당신

Update : 2006-01-17

자기를 소중히 생각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웰빙 문화는 더욱 자기 사랑을 강조하는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내 몸은 어떻게 돼도 좋다는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 세대와는 구별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혼자만 여유롭고 편히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가정과 사회가 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를 보다 사랑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유가 어떻든 자기 생명을 버리는 일들이 자주 뉴스에 오르는 걸 보면서 단순한 생명 경시보단 자기애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워진다.

사람이란 ‘생각하는 존재’로서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폭넓은 사고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희로애락에 분명하고, 특히 희망에 민감하다.

사실 세상에 나만큼 소중한 존재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걸 잊고 살 때가 많고, 그만큼 나를 대우해 주지 못할 때가 많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간과 공간을 갖지 못하고, 나를 나로 인식하고 대접하는 것에도 너무 서툴다.

실패란 꼭 한 수가 모자라는 것이라지만 자기를 멸시하거나 포기하게 되면 구제할 길이 없어진다고 했다. 거짓과 부정을 버리고 신실함으로 삶에 나아갈 때 세상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을까.

요즘 들어 자주 나를 바라보게 된다. 부족함투성이의 나, 제대로 무엇 하나 내놓을 게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초라해지고 약해지는 것 같고 자신감도 없어진다. 당당함을 찾기보다 오히려 포기하고 양보하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나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다시 해 보게 된다.

나이가 어떻건, 현실이 어떻건 나는 나로 위대한 존재요 누구보다 소중한 나가 아닌가. 나를 소중히 하는 마음이야말로 세상 모든 것의 출발이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나가 바로 지금의 나인 것이다.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essay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