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수필들/수필의 향기

행복 심기

늘샘 2004. 6. 4. 21:13

[향기의 샘]

행복 심기


Update : 2004-02-24

K형과 승용차를 함께 타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한편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내가 알기로 그는 통행료를 받는 직원을 한번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습니다. 짧은 순간인데도 그는 기분이 좋아질 아주 적합한 한마디를 꼭 건네곤 합니다.

‘힘들지요? 유니폼이 아주 잘 어울리네요. 고마워요!’ ‘얼굴 예쁜 것만큼이나 인상도 좋네요. 수고해요!’ ‘날이 아주 좋지요? 아가씨 얼굴처럼 맑네요.’ 등 지나치면서 해주고 가는 한마디는 해주는 이나 받는 이나 그걸 듣는 이를 다같이 기분 좋게 해줍니다.

그는 말하길 “몇 시간씩이나 박스 안에 갇혀 그저 돈만 받고 있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지루하고 답답할 것이냐, 어떨 땐 몇 시간 동안 단 한마디도 못하고 로봇처럼 손만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말을 걸어주고, 더욱이 듣기 좋아할 말을 찾아 해 준다면 그는 분명 기분이 좋아져 일도 덜 무료할 것이고, 자연 대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친절하고 부드럽게 해줄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나 역시 K형을 따라 실천에 옮기고는 있지만, K형만큼 자연스럽고 성실하게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K형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에 평화와 행복감을 심어주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K형처럼 하면 세상은 기쁨과 행복이 오롯이 차오르는 세상, 그리고 기분 좋은 미소가 멀리까지 향기처럼 퍼져갈 것이 분명합니다.

산다는 것은 결국 각자가 나름의 행복 심기를 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아름답고 탐스럽게 꽃을 피워낼지는 결과로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길가의 작은 풀꽃에까지도 마음을 주는 것처럼 K형 같이 다른 사람을 위해 마음을 써주는 것은 어느 날 생각잖게 횡재처럼 내가 거둬들일 행복의 씨앗을 심는 일일 것 같습니다.


최원현│수필문학가. 칼럼니스트 http://essay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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