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변화를 위하여
-나를 가벼이 덜어내는 작업-
최원현
변화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르기에 두려움이 앞설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변하를 시도 한다는 것은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 변화의 시점에 나도 서보려 한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조금은 방향을 바꾸어 내 삶을 정리해 보는 시도를 해보려는 것이다.
참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 좌우도 돌아볼 겨를 없이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기에도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온 삶이다. 그런데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온 길에서 잠시 숨을 돌리려다 보니 지나온 길이 아스라하다. 그렇다면 가야 할 길은 얼마나 될까. 문득 오싹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나를 돌아본다. 지금까지 해 놓은 게 무엇인가.
그나마 감사한 것은 이날토록 건강하게 주어진 일을 해오며 남매 키우며 네 식구가 이렇게 건재하다는 것이다.
이제 두 아이도 결혼을 해서 자기들 길을 갔으니 우리 부부의 삶을 제대로 꾸려갈 일이 남았다. 지금까지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만 살아왔지만 이젠 조금 여유를 갖고 사랑의 빚을 갚아야겠다.
하고 싶은 일도 좀 하고 해야 할 일도 찾아 해야겠다. 나누는 기쁨에도 참여하고 싶다. 내 가진 것이 소용되는 보람도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 금년 한 해는 그런 준비를 하고 싶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도 있는데 그것도 마무리 하고, 시간이 되는대로 여행도 좀 하고 싶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아주 자고 오래되고 아름다운 교회들을 찾아보는 일도 시작하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을 익는 것 그리고 2년 동안 책을 못 냈는데 금년에는 책도 내고 싶다. 급격히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대하여 나도 그 하나가 되겠기에 작게나마 함께 일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거리 운동도 시작하고 싶다. 신이 나를 이 땅에 보내신 뜻이 어디 있을까 그 뜻을 살펴 순복하는 믿음도 키워가련다. 버리는 마음, 내리는 작업, 그렇게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기쁨과 감사를 만들어내는 일상의 틀을 갖춰 보겠다. 가급적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도록 노력하겠다. 나이 그릇(器)됨을, 나의 능력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글을 쓰는 것도 아끼고 읽는 것을 늘리겠다. 표현하는 것도 줄이고 생각하는 것은 늘리련다. 나서는 것도 줄이고 뒤에서 돕는 것을 늘리겠다. 그러면서 좋은 글 한편이라도 쓸 수 있도록 나를 정갈하게 건사하고 싶다. 내 간절한 바람이다.
월간<책과인생>/특집/신년 계획. 2008. 1월호
최원현 essaykorea.net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국제펜클럽 심의위원.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크리스천문협 수필분과회장. <강남문학> 주간. 한국수필․수필세계․좋은문학․건강과생명 편집위원. 한국수필문학상․동포문학상대상․현대수필문학상 수상. 수필집 <날마다 좋은 날> 외 7권. nulsaem@hanmail.net